귀주성 동인 여행

나의 여행기
후니후니 님 후기
2025.05.10

동인시는 생각보다 볼 게 많았다. 그냥 고성 하나 정도 보고 끝날 줄 알았는데, 협곡도 있고, 동굴도 있고, 소수민족 마을에 꽃까지. 하루하루가 분위기가 달라서 지루할 틈이 없었다.

제일 먼저 간 건 동인고성이었다. 강 따라 이어진 옛 성곽이 그대로 남아 있는데, 낮에는 돌담이 차분하게 보이고, 밤엔 등이 켜져서 강물에 반사되는 장면이 정말 예뻤다. 골목마다 목조건물들이 줄지어 있고, 작은 카페나 가게들도 많아서 걷는 재미가 있었다. 나는 강가 데크에 앉아 강물에 비친 불빛을 한참 보고 있었는데, 그 시간이 가장 편안했다.

그다음은 야무구였다. 협곡을 따라 걷는 코스인데, 물이 정말 맑아서 발만 담가도 시원했다. 길 옆으로 작은 폭포들이 연달아 나오고, 바람에 물안개가 날려 얼굴을 식혀주니 걷기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특히 그늘이 많아 여름에도 덥지 않다는 게 장점이었다. 이곳은 “걸으면서 계속 힐링되는 곳”이라 할 만했다.

구용동은 동굴 투어였다. 안에 들어가니 밖이랑 온도가 완전히 달라서 갑자기 선선해졌다. 석순, 종유석이 엄청 크게 자라 있어서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조명이 조금 과한 건 아쉬웠지만, 덕분에 돌 모양들이 선명하게 보여서 사진 찍기도 좋았다. 나한테 제일 인상적이었던 건 천장에 매달린 석순이 물에 비쳐 거울처럼 흔들리던 장면이었다. 동굴 특유의 차가운 공기랑 물소리 덕에 한참을 걷고도 피곤하지 않았다.

채사동채에서는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동족 마을인데, 마을 한가운데 고루(鼓樓)가 서 있고 나무다리랑 목조 가옥이 어우러져 있다. 관광객도 있었지만, 주민들이 일상처럼 빨래하고 이야기 나누는 모습이 그대로 보여서 진짜 ‘살아있는 마을’ 같았다. 저녁 무렵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담소를 나누는 걸 보며 옆에 앉아 있었는데, 그 순간이 가장 따뜻하게 기억에 남는다. “관광지라기보단 그냥 동네에 잠깐 머물렀다 온 기분”이었다.

묘왕성은 산 속에 있는 성곽이라 걸어 올라가야 했지만, 그만큼 풍경이 멋졌다. 좁은 돌길을 따라 걷다 보면 성벽과 목조건물이 차례차례 나타난다. 올라가서 성곽 위에 서면 산줄기랑 마을이 한눈에 들어와서 뷰가 확 열린다. 여기서는 “사람이 산과 함께 버텨온 시간”이 느껴졌다고 할까. 무게감 있는 공간이라 잠깐 앉아 바람 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었다.

마지막은 두견화해였다. 시기를 맞춰서 갔더니 산비탈마다 철쭉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능선을 따라 줄지어 핀 꽃이 멀리서 봐도 띠처럼 보여서, 사진 찍으려고 사람들이 줄 서 있을 정도였다. 바람 불면 꽃잎이 흩날려 길 위에 얇게 깔리는데, 그 장면이 정말 그림 같았다. “화려하지 않아도 계절이 주는 선물” 같은 곳이었다.

돌아보니 동인에서 보낸 일정들은 정말 알찼다. 고성, 협곡, 동굴, 마을, 성곽, 꽃길까지 전부 분위기가 달라서 지루할 틈이 없었고, 여행이 훨씬 여유롭고 기억에 오래 남았다.

위 내용은 고객님께서 직접 다녀오신 여행에 대해 작성하신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