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의 품에 안긴 도시들, 귀양과 안순을 걷다
귀양에 도착했을 때 처음 눈에 들어온 건 도시의 분위기였다. 시내 주변으로 낮은 산들이 둘러싸여 있어서 그런지 공기가 탁하지 않고 맑았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길에는 풀과 나무가 많았고 비 온 뒤라 그런지 흙냄새가 진하게 났고, 자연 친화적이고 가까운 느낌이 더 강했다.
첫날은 귀주성박물관에 들렀다. 전시실이 주제별로 잘 나뉘어 있어서 둘러보기 편했다. 암석과 화석 같은 자연사 자료부터 묘족, 동족의 공예품과 생활 도구까지 다양했다. 유물 자체가 화려하다기보다는 실제 생활에서 쓰던 물건이라 그런지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이어서 화시 습지 공원에 갔는데, 입구에서부터 자연의 냄새가 났고 갈대가 길 양쪽에 가득했다. 산책로가 잘 되어 있어서 걷기 편했고, 물 위로 작은 배들이 천천히 움직이는 모습이 한적했다. 시내랑 가깝지만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다.
둘째 날에는 검령공원에 올라갔다. 케이블카를 타고 중턱까지 금방 올라갈 수 있었는데, 올라가면서 도시가 점점 멀어지고 숲이 가까워졌다. 나무가 빽빽해서 공기가 시원했고, 산책로에서 원숭이들이 자주 나타났다. 사람들을 크게 피하지 않고 옆을 지나가기도 해서 재미있었다. 야생원숭이라 온순한 편은 아니고 물병을 보면 뺏으려고 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공원 안에 있는 홍복사에서는 향 냄새가 진했고 종소리가 일정하게 울려 퍼졌다. 차분한 분위기라 오래 머물기 좋았다. 오후에는 시내로 돌아와 갑수루를 보러 갔다. 강 가운데 바위 위에 세워진 누각인데 크지는 않았지만 오래된 건물답게 분위기가 있었다. 해가 지고 조명이 켜지니 강물에 반사된 불빛이 예뻤다. 강변을 걷는 사람들도 많아서 도시의 일상과 풍경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었다.
셋째 날은 청암고성으로 갔다. 성벽과 돌길이 잘 남아 있었고 골목은 생각보다 좁았다. 오래된 가옥들이 줄지어 있었는데 목재와 돌을 섞어 지은 형태였다. 이 안에는 불교 사찰, 도교 사당, 기독교 교회가 모두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조금 신기했다. 각각 크기는 크지 않았지만 한 공간에 같이 있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골목을 돌다 구운 두부를 사 먹었는데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워 간단한 간식으로 좋았다.
마지막 날은 안순시으로 이동해서 황과수 폭포를 봤다. 멀리서부터 물 떨어지는 소리가 크게 들렸는데 가까이 가니까 대화가 안 될 정도였다. 폭포에서 생긴 물방울이 안개처럼 퍼져서 옷이 금방 젖었다. 높이가 약 78미터, 폭이 100미터쯤 된다고 하는데 실제로 보니 규모가 훨씬 크게 느껴졌다. 여러 관람 데크가 있어서 각기 다른 위치에서 볼 수 있었고, 폭포 뒤쪽을 지나갈 수 있는 길에서는 얇은 물줄기가 계속 떨어져서 독특했다. 햇빛이 잘 비치면 잠깐 무지개도 보였다. 이어서 용궁동굴에 갔는데, 입구에서 보트를 타고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안은 차갑고 습기가 많았다. 물은 거의 흔들림이 없었고, 석순과 석주가 불규칙하게 늘어서 있어서 모양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물 떨어지는 소리가 크게 울렸고, 출구에 가까워지니 외부 공기의 온도가 확 달라졌다.
이번 여행은 도시의 차분한 매력과 자연의 거대한 풍경을 한 번에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귀양에서 느낀 고즈넉한 분위기와 안순에서 마주한 웅장한 폭포, 동굴이 서로 다른 색깔을 보여줘서 매일이 새로웠다. 돌아올 때는 아쉽다는 생각보다 잘 다녀왔다는 만족감이 더 컸고, 다시 중국 서남부를 여행한다면 꼭 다시 들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위 내용은 고객님께서 직접 다녀오신 여행에 대해 작성하신 후기입니다.